최근 AI를 활용한 디자인 툴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화면을 직접 설계하고 컴포넌트를 제작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핵심 업무였다면, 이제는 AI가 짧은 시간 안에 상당 수준의 UI를 생성해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AI가 점점 그럴듯한 화면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UI를 만드는 일이 점점 쉬워진다면, 앞으로 디자이너의 경쟁력은 무엇이 될까?"
마침 최근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는 이러한 고민을 직접 체감해 볼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기획 화면이 AI를 통해 제작되어 있었고, 저는 그 화면들을 검수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AI가 만든 UI의 완성도를 확인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검토를 진행할수록 관심은 자연스럽게 UI에서 데이터 구조와 사용자 경험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경험했던 게임회사 운영지표 툴이 떠올랐습니다. 게임과 교육 서비스는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운영자의 관점에서는 의외로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게임에서는 신규 유저 유입, 이탈률, 리텐션을 관리하고, 교육 플랫폼에서는 학습자 유입, 수강 지속률, 수료율을 관리합니다. 결국 두 서비스 모두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의외로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디자이너의 관점뿐 아니라 실제 사이트 운영자의 관점을 고려하며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 운영자는 이 화면에서 어떤 정보를 가장 중요하게 볼까?
- 운영자가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잘 보여주고 있을까?
- 현재의 시각화 방식이 운영자에게 정보의 착시를 주지 않을까?
검토를 진행할수록 문제는 UI 자체보다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AI로 제작된 화면을 직접 검수하며 발견했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퍼널 그래프 개선 사례

위 기존 그래프는 학습자 유입 퍼널 화면으로 전체 유입 수를 기준으로 각 단계별 절대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몇 명이 들어왔는가" 보다 "어느 단계에서 가장 많이 이탈하고 있는가"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최초 유입이 1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는 이후 단계의 수치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 때문에 문제 구간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전환율 수치가 우측에 작게 표시되어 있어 운영자가 시선을 이동하며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도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단순 수량 중심의 퍼널이 아니라 단계별 전환율을 중심으로 시각화하는 방안과 샘플화면을 제안했고 그 방향으로 수정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변경하면 운영자는 어느 구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이탈하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고, 개선 우선순위를 보다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 단계의 전환율이 18%라면 단순히 "22만 명이 가입했다"는 사실보다 "타깃층의 82%의 사용자가 가입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한 운영 인사이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함께 표시되면 오히려 해석을 방해하는 그래프
이번에는 서로 성격이 다른 데이터를 하나의 그래프에 표현하고 있는 화면입니다.

등록 수강생 수와 출석률은 모두 중요한 지표이지만 서로 단위가 다릅니다. 수강생 수는 수백 명 단위의 절댓값이고, 출석률은 0~100% 범위의 비율 데이터입니다. 이 두 지표를 하나의 축으로 표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값인 출석률 변화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운영 관점에서는 출석률이 95%에서 80%로 하락하는 등의 변화가 매우 중요한 신호일 수 있지만 현재 그래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시각적으로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케이스는 그래프를 분리하거나 이중 Y축을 활용하여 각각의 지표를 독립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개선 의견을 제안했습니다.
높은 수료율이 반드시 좋은 강의일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수료율 데이터였습니다.
대시보드 상에서는 수료율이 높은 과정이 상위에 노출되어 있었고, 얼핏 보면 가장 우수한 강의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 데이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A 과정은 수료율 96%에 수강생 수가 50명일 수 있습니다.
반면 B 과정은 수료율 60%이지만 수강생 수가 500명일 수도 있습니다.
수료율만 놓고 보면 A 과정이 우수해 보이지만 실제 수료 인원은 B 과정이 훨씬 많습니다. 또한 강의 난이도나 운영 목적에 따라서도 결과 해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지표만 강조할 경우 운영자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 수료율 비교보다는 수강생 규모와 함께 볼 수 있는 방식, 또는 실제 수료 인원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일 평점 데이터에서도 나타나는 함정
평점 4.9점, 평점은 4.2점 강의가 있다고 했을 때 4.9 강의가 더 좋은 강의일까요?
평점 4.9점의 강의 리뷰가 10개이고, 4.2점의 강의 리뷰가 200개로 모수의 차이가 난다면 이 부분도 단순 평점만 가지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위 사례들을 통해 데이터를 화면에 배치하는 것과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다른 영역이었고, 운영자가 어떤 판단을 하게 될지까지 고려하여 디자인적 보완과 배려가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대시보드는 많은 데이터를 보여주는 화면이 아니라, 사용자가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화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의 다음 경쟁력
디자인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AI가 UI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시대가 되면서 UI 제작 자체는 점점 기본 역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AI는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고, 현재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보완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디자이너들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반복적인 작업이 자동화될수록 정보 구조를 설계하고,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며, 서비스의 본질을 이해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복잡한 구조의 서비스 화면일수록 놓칠 수 있는 세부적인 사항들이 발생하고, 이런 부분을 챙길 사람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는 기획영역을 대체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가 설계한 비즈니스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것이 사용자에게 오해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번역해내는 것. 그것이 앞으로 디자이너가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가 입니다. 디자이너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꾸준히 성장 방향을 모색한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화면을 만드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해석하고 사용자의 관점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AI를 잘 활용하면서, 사람이 해야 할 영역을 더욱 깊이 고민해야겠다는 과제를 얻었습니다.
RIMS